본문 바로가기
문장수집가의 서랍장/문장과 문장 사이

4시간 만에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by 꽃비내린 2020. 2. 9.

어릴 때 안 해봐서 후회하는 일이 있다면 바로 '자전거 타기'이다. 이른바 '고속공포증'으로 명명한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 흔한 롤러스케이트도 무서워 타지 못했다.

초등학교 때 네발 자전거를 탔었다. 뒷바퀴에 2개 보조바퀴가 있어 균형잡기가 쉬웠고 하교 후 집 근처를 한 바퀴 돌곤 했다. 그런 추억이 있어서인지 한강공원에 처음 갔을 때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타보고 싶어졌다.

1시간 대여료를 내고 자전거 핸들을 잡았을 때 기억했던 것보다 훨씬 묵직했다. 그리고 안장에 올라 페달을 밟자마자 균형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 네발 자전거와 두발 자전거는 타는 법이 전혀 달랐다. 네발 자전거는 페달만 밟으면 됐지만 두발 자전거는 지탱하는 바퀴가 없기 때문에 스스로 균형을 잡아야 했다.

자전거를 탄 첫날은 페달만 밟느라 고생했다. 1시간 내내 한 발로 페달을 밟다가 다른 발을 떼기 전에 스탑. 뙤양볕에 고생하기만 한 기억이 난다. 그 후 한참동안이나 자전거를 탈 기회가 없었다. 두 번째는 서울숲에서 였는데 이번에는 두 발이 페달을 밟을 때까지 연습했다. 보통 자전거는 누가 뒤에서 잡아줘야 빨리 배운다고 했지만 그러기에는 같이 할 사람도 없기도 하고 혼자서 해보고 싶은 오기가 생겨 도움을 받진 않았다.

두 시간 만에 페달을 양발로 밟는 정도까지 해냈다. 막바지 쯤에 제대로 옆으로 넘어졌는데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넘어질까봐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일찍 친구와 뚝섬 한강공원에서 자전거를 탔다. 탔다기 보다 친구가 옆에서 타는 법을 알려주면 따라하기 바빴지만 말이다. 혼자할 때보다 좋았던 건 자전거를 잘 타기 위한 자세를 빨리 익힐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페달을 밟다가 균형을 자주 잃고 멈추는 걸 보고 친구는 '페달을 밟는 발과 반대쪽에 몸에 힘을 실으라'고 조언했다. 친구의 말에 따라 자세를 바꾸자마자 양발로 페달을 밟고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 다음 문제는 방향이었다. 페달을 신경쓰느라 몸을 앞으로 구부리고 타다보니 손잡이에 힘이 많이 들어가 직선으로 가지 않고 옆으로 계속 치우쳤다. 친구는 기어를 3단으로 올려보라고 말했다. 원래 1단이었을 땐 손 힘에 따라 방향이 쉽게 바껴 조정이 힘들었는데 3단으로 올리면서 안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다.

친구의 일일 속성과외를 통해 한번에 쭈욱 나가는 정도로 발전했다. 다음에는 좌우로 움직이는 연습이 필요할 것 같다. 다음의 자전거 도전기가 기대된다.

'문장수집가의 서랍장 > 문장과 문장 사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프티콘을 선물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0) 2020.02.09
연, 어른을 위한 놀이  (0) 2020.02.09
한국이 가장 좋았다  (0) 2020.02.09
  (0) 2020.02.09
뜨거운 아메리카노  (0) 2020.02.0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