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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를 다녀가다3

디자이너의 우상, 아킬레 카스틸리오니 특별전을 방문했다. 카스틸리오니는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한 인물이라 하는데, 디자인에 문외한인 나로선 생소했다. 다만 이 전시가 주로 제품 디자인을 다루는 만큼 서비스 디자인의 관점에서 색다른 시각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에 방문하게 됐다. 아킬레 카스틸리오니의 삶을 간단하게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아킬레 카스틸리오니는 큰 형 리비오와 둘째 형 피에르 지아코모와 함께 밀라노의 한 스튜디오에서 공동작업을 시작했다. 카스틸리오니 형제는 한동안 실험적인 산업디자인을 작업했지만 1952년 큰 형 리비오는 시청각 및 조명 분야쪽에 주력하기 위해 스튜디오를 떠나면서 남은 두 형제가 스튜디오를 이끌었다. 아킬레와 피에르 지아코모 형제는 산업디자인 관련 국제 컨퍼런스에 적극 참여했고 5개의 황금콤파스.. 2020. 2. 28.
부재중 통화입니다 "부재중 통화입니다." 뚜우- "잘 지내?" 수화기 너머로 여자의 목소리를 들었다. 긴장됐는지 사뭇 딱딱한 말투였다. 나는 이 메시지가 진짜인가 긴가민가하며 수화기를 귀에 바싹 붙들었다.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는 인터랙티브 전시회로 실제 관객들이 남긴 통화 메시지를 감상할 수 있게 했다. 관객은 9개의 전화기가 설치된 방에서 따르릉 울리는 전화기를 받고 누군가의 메시지를 듣기만 하면 된다. 나는 이 전시에서 4명의 사람을 만났다. 이별한 사람에게 전하지 못한 말, 사랑하는 이에 대한 고백, 외로움, 불안함을 속삭이듯 전달했다. 누군가의 사연을 통화라는 매개체로 듣는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전시회 한편에는 부스가 있는데 거기선 어떤 말이든 메시지로 남길 수 있다. 설레면서 떨리는 마음으로 부스 안에.. 2020. 2. 9.
파리의 플라뇌르 프랑스 대표 시인 샤를 보들레르는 근대의 수도로서 매 순간 변화하는 파리의 풍경과 도시 생태계를 관찰하는 도시인을 플라뇌르 즉 '산책하는 사람'이라고 불렀다. 매그넘 인 파리 전시회에서 나는 사진작가를 통해 잠시 플라뇌르가 되어 파리의 근대화 과정을 누볐다. 매그넘 인 파리에선 매그넘 포토스에 소속된 사진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에펠탑, 루브르박물관 등의 건축물 외에도 전후 시대의 파리지앵의 삶과 현대의 파리인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었다. 사진기의 발명으로 미술작품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기보다 예술가의 의도를 반영한 작품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이는 야수파와 입체파의 탄생을 가져왔다. 마찬가지로 사진 또한 객관적인 관찰에서 사진가의 주관이 담긴 예술로 변화했다. 렌즈의.. 2020. 2.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