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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끄적이다

99일의 여정

by 꽃비내린 2020. 2. 9.

 

카카오에서 프로젝트 100 참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베타버전이고 첫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기에 가장 먼저 경험해보고 싶었다. 링크를 타고 들어간 웹페이지엔 꽤 많은 프로젝트가 준비되어 있었다. 어떤 것을 100일간 꾸준히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공채를 준비하면서 필연적으로 낮아질 자존감을 극복하는데 도움될만한 것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서 택한 프로젝트는 바로 '나만의 강점 발견 100일 질문'. 하루에 한 질문에 답하며 자기 강점을 찾고 실천해나가는 프로젝트였다. 매일 질문에 답하면서 실제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같은 질문에 달린 여러 사람의 글을 보며 관계에서, 업에서의 올바른 생각과 태도를 배울 수 있었다. 스스로가 부끄러워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고 싶을 만큼 자존감이 떨어지는 날, 눈물을 속으로 삼키며 답을 쓰다보니 기분이 나아진 적도 있었다.

100일이 아닌 99일의 여정이냐고 묻는다면 실없는 이유 때문이었다. 카카오플백에서 100일간의 심리변화에 대해 소개한 적이 있다. 초기 1~28일은 설렘과 벅참을 느끼지만 적응시기가 지나면 타성과 회의를 느낀다고 한다. 딱 그시기 쯤에 하루를 그만 놓치고 말았다. 하루 질문에 답변은 오후 11시까지만 가능하다. 처음엔 열심히 쓰다 점차 귀찮아지면서 마감 전에 아슬하게 쓰곤 했는데 그 날도 뒤로 미루다 11시가 넘겨버린 것이다.

그 뒤로 남은 기간은 꼭 채우자는 결심을 세우고 쓰기 싫을 때는 한 줄이라도 채워넣으려 노력했다. 60일째부터는 습관처럼 썼던 것 같다. 막연히 1월쯤에 끝나지 않을까 했는데 12월 중순에 90일째로 들어선 걸 알고 깜짝 놀랐다. 나는 남은 날을 세면서 100일이 되기를 기다렸다. 
98,
99, 
100일..!
바로 오늘이 100일째 되는 날이다. 처음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을 땐 100일만 지나면 드라마틱하게 변할 줄 알았다. 더 자신감 있고 확신있게 행동하는 사람이 되는 것과 같이. 막상 그날에 왔을 때 나는 벅찬 감동보다는 감개무량했다. 오히려 이제 여러 사람과 무언가를 함께하는 일이 끝났다는 사실에 아쉬워 했다.

프로젝트 후에 나에게 남겨진 것이 뭘까 곰곰히 생각했다. 한참 끝에  '강점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나를 알기 위해 걸어왔던 여정이 어느덧 '나는 다른 사람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고민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런 고민이 있었기에 현재 일하는 회사에서도 나름의 인정을 받을 수 있었지 않나 싶다. 99일 동안 수고한 나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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